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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30일 일요일
유시민의 글쓰기 비법 - EBS 초대석
1. 주제를 뚜렷이 할 것
(관계없는 것을 넣지마라)
2. 중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쓸 것
(없어도 되는 정보를 넣으면 지저분해진다.)
3. 단문으로 쓸 것
(주어 술어가 한 개만 있는 것. 말이 기본이고 글은 따라오는 것이다. 오랫동안 특수 계급의 전유물이어서 아무나 이해할 수 없는 글이 훌륭한 글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 쉽고 발음하기 좋은 글이 좋고 또, 읽고 누구나 나도 쓰겠네 라고 느끼는 글이 좋은 글이다. 멋지게 문장을 지어내려고 하면 어려워지는 글쓰기다. 쓰다보면 자기 스타일이 생긴다. 글이 는다는 것은 오류가 적어지고 빨리 쓰게 되는 것이다.)
2015년 7월 17일 금요일
연기 화술의 십계명
<연기 화술의 십계명>
1. 정확한 화술은 호흡과 발성이 기본 토대를 이루어야 한다. 화술의 기본은 배우의 호흡과 발성이다.
2. 전체의 공명강을 울리는 소리가 나야 한다. 특히 얼굴과 가슴 공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3. 배우의 말은 반드시 중심과 연결되어서 소리가 나야 한다. 중심과 연결되지 않을 경우 소리가 불안정하고 톤이 흔들린다.
4. 두 번째 글자에 집중한다.
- 대사가 시작되는 두 번째 글자를 정확히 발음하고 강조한다. 대사의 두 번째 음절은 작게 소리 나기 때문에 약간 크게 해야 대사가 정확히 들린다.
- 두 번째 글자에서 억양이 올라가는 사람은 낮추고, 떨어지는 사람은 올려서 첫 글자와 똑같은 톤을 유지하도록 한다.
- 문장이 끝나기 전 두 번째 글자를 강조한다. 그러면 어미가 살고, 말이 더 명확해진다.
5. 대사에서 사라지는 글자가 없게 한다.
- 배우가 한 대사를 말할 때 글자의 모든 소리가 중요하다. 배우의 대사는 안들리는 글자 없이 모두 발성, 발음되어야 한다.
- 그러기 위해 배우는 말할 때 서둘러서는 안되며, 흥분하는 감정의 대사일수록 더욱 명확히 말해야 한다.
6. 대사는 처음은 낮게, 중간은 일정하게, 끊을 때는 올린다.
- 각 대사의 첫 글자는 반드시 낮추어야 한다. 단, 연결되는 대사는 앞 대사의 끝과 일정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 첫 글자의 음 높이를 파악하고, 두 번째, 세 번째 글자가 모두 첫 글자의 음 높이에서 벗어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한다.
- 대사의 어미를 미묘하게 올린다. 어미가 떨어지는 것은 자신의 할 말이 모두 끝나다는 의미이므로, 어미가 올라가야 다음의 말들이 탄력을 받고 극에 가속도가 붙는다.
- 같은 맥락에서 끊어 읽기 하는 부분을 올린다.
7. 대사 전체에 호흡을 고르게 분배한다.
- 대사를 시작하면서 호흡을 모두 내 뱉으면 호흡이 부족하기 때문에 목을 쓰게 된다.
- 말 할 때 가능한 적은 양이지만 일정하게 호흡이 나가게 한다. 일단 소리가 발생되면 호흡의 역할을 파기해야 한다.
배우는 대사를 다 하고 나서 호흡을 내 뱉거나 호흡과 대사가 완전히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 파열음(ㅋ, ㅎ, ㅌ)과 'ㅅ'에서 호흡이 일시에 나가지 않도록 유의한다.
8. 말의 원인, 의미, 목적을 분명히 인지한 후 말한다.
- 앞의 원칙들을 모두 지켜도 말의 원인, 의미, 목적이 인지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말은 무의미해진다.
배우는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왜 이 말을 하고자 하는가'를 분명히 알고 대사를 말해야 한다.
9. 말이 끝난 이후에도 말하는 '의지'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
- 말의 의지가 사라지면 어미가 떨어지고, 말 끝이 흐려진다.
- 말이 끝난 후에도 여운을 남겨야 한다. (여운 = 말하고자 하는 의지)
- 말이란 결국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바를 상대에게 전달하여 상대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므로 말을 한 후 상대의 반응을 확인한다.
10.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씨네21 하정우 인터뷰 발최
=연기 표현에서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봐요. 다만 배우들이 포즈(pause)를 구사할 때 너무 개인적 감흥이 드러나니까 불편한 순간이 있죠. 1.5배속으로 해도 전달이 될 것 같은데 연기자가 느끼고 이야기하고 느끼고 이야기하는 템포가 마음에 걸릴 때가 있어요. 그러나 <의뢰인>의 법정 장면을 찍으며 느꼈다시피 그동안 제 몸이 영화에 최적화됐다는 불편한 현실도 있겠죠.
=이승엽 선수가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투런 홈런을 치고 인터뷰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그간 부담되었던 점을 죽 이야기하다 갑자기 가슴이 막혀서 “잠깐만요”(이승엽 목소리 모사) 하고 앵글을 피했다가 다시 인터뷰를 속개하는 모습이 통째로 담겼어요. 얼굴과 눈빛은 보이지 않는데 순간의 떨림이 확 왔죠. <국가대표>의 공항 장면을 그렇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감정이 워낙 노골적이다 보니 쑥스러울 것 같아서 감정에 절대 기대지 않고 내내 눈을 가리고 기술적으로 할 생각이었죠. 어떻게 각을 돌리고 움직일지 면면이 다 계산했어요. 왜냐하면 전 연기에서 감정은 절대 믿지 않거든요. 감정은 와주면 땡큐인 무엇이고, 감정이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감정이 안 오더라도 표현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그래서 어머니 역의 이혜숙 선생님, 아버지(김용건 배우)는 맞은편 앵글 촬영과 리액션, 롱숏을 다 마치고 먼저 가시게 했어요. 그래서 롱숏에선 제가 내내 눈을 가리고 있어요. 그런데 기자 역 배우와 남아서 투숏을 찍는데 그날따라 신의 선물을 받아 시나리오 볼 때 왔던 감정이 쿵 와버린 거예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현장이 눈물바다 됐죠. 분위기 만드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김용화 감독님이 모니터 앞에서 울먹이시면서(흉내) “어흑, 이것 좀 봐. 형은 솔직히 오케이야. 더 안 찍어도 돼. 근데 어떻게, 정우야, 한번 더 해?” 하시고. (좌중 폭소) 저도 뭔가가 왔으니 오케이하고 보너스 한번 더! 외치며 한 테이크 더 갔죠. 그래서 그날 결국 감독님이 귀가한 선배님들 다시 불러서 횡계에서 전체 회식을 주최하셨습니다.
=자신감하고 연결된 것이라고 봐요. 그 자신감은, 내가 정당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그 결과로 성취감을 돌려받고 살아가는 패턴의 정직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부끄러운 일 없이 정당하게 취하고 어디 가서 무릎 꿇을 일도 없고, 그때 자신감이 나오고 섹시함도 그것과 연관돼 있지 않나 싶어요.
2015년 3월 4일 수요일
영화연기
영화 촬영현장을 한번이라도 방문해 본 배우들이라면, 영화배우들이 얼마나 '작게' 말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극장에서는 배우들의 목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영화배우들은 정말로 '작게' 말한다.
이번 달 초, 스튜디오 수업의 일환으로 영화현장 실습이 있었다.
상업 영화 '감시'의 촬영장에 배우로서 체험해보는 것이 그것이었는데, 실습을 다녀온 스튜디오 배우들은 주연배우 설경구가 대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하는 것을 실제로 보았다며 다시한번 '작게' 말하기의 중요성에 대해 정확히 인식했다고 이야기 하였다.
그렇다. 영화배우들은 '작게' 말한다!
그렇다면 '작게' 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작게' 말하면, 영화연기에서 요구하는 '자연스러움'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일까?
무조건 사운드 볼륨만 줄이면 '작게' 말하게 되는 것일까?
만약, 정말로 '작게' 말해도, '나'의 목소리가 전달은 되는 것일까?
'작게' 말한다는 것은 단순히 볼륨을 줄이는 일이 아니다. 영화가 왜 배우들에게 보다 '작은' 소리를 요구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다.
헐리웃의 유명배우인 '마이클 케인'의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해보자.
영화배우라면 자기가 맡은 배역에 대한 소재들을 충분히 책임지고,
그 캐릭터가 함직한 가장 비밀스런 생각까지 유추해내면서 배역의 삶과 충분히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자기를 지켜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듯,
(중략)
영화에서 '연기acting'하는 것이 보인다면 그 배우는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연희performing'를 하는 것이 포착된 순간,
배우로서의 기회는 날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배우는 아주 내밀한 사적 공간에서 사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개런티를 받고 자신에게 주어진 대사를 관객을 위해 낭독하고 있을 뿐입니다.
착각이여 안녕! 배우라는 직업이여 안녕!
(중략)
초기 유성 영화 시절에는 연극판에서 훈련된 배우들이 영화 쪽으로 건너왔습니다.
이들이 연극에 맞춤한 방식으로 연기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죠. 편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극장 맨 뒷자석 발코니에 앉은 사람에게 들릴만큼 웅변조로 대사를 했습니다.
영화 촬영장에는 극장 발코니 좌석이 없다는 사실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나 봅니다.
......
하지만 지금은 음향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습니다.
요새는 셔츠 칼라 안쪽에 마이크를 부착하거나 옷 주름 사이에 끼워 넣어 숨길 수 있기 때문에
배우가 나지막이 속삭이는 소리까지 죄다 들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가 인위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마이클 케인 '명배우의 연기수업' p33-35
마이클 케인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배우는 현장에서 연기할 때 마치 자기를 지켜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듯, 연기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뒤집어 다시 말하면, 영화 감독과 촬영 스텝들은 현장에서 살아가는 배우들의 사적인 시간을 몰래 훔쳐보는 일을 하는 사람일 뿐이니, 연기를 할 때 더욱 내밀하게, 더욱 사적으로! 더욱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는 배우가 연기훈련을 할 때, 모든 공간을 채우며 소리를 내는 훈련을 하고, 또 모든 공간을 채울만큼 강한 신체적 에너지를 내뿜어야하지만, 영화는 이와 달리 모든 공간을 채우거나 모든 관객을 의식할 필요가 없이 배우가 자신이 처한 사적인 순간과 그만큼의 공간에 더욱 몰두해야 영화가 요구하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마치 자기를 지켜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듯,
그러니까 자신을 엿보는 카메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말이죠."
"영화에서 '연기acting'하는 것이 보인다면 그 배우는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연희performing'를 하는 것이 포착된 순간,
배우로서의 기회는 날아가는 것입니다.
그런 배우는 아주 내밀한 사적 공간에서 사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
이를 위해서 배우는 자신의 확장된 에너지를 밀도 있게 집약시켜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카메라 프레임에 대해 생각해야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샷의 크기에 따라 소리의 볼륨을 조절해야만 한다. 프레임이 타이트 해질수록, 즉, 클로즈업에 가까워질수록 배우는 소리를 낮고 밀도있게 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마이크의 위치를 파악해야만 한다.
영화연기를 할 때, 배우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연기호흡을 맞추게 될 배우의 '귀'에 들리게 하려하거나, 이보다 심한 경우는 촬영장 전체에 자신의 대사가 들리도록 소리를 낸다.
그러나 기억하라!
우리가 소리를 전달할 대상은 상대배우의 귀도 아니고,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감독은 더더욱 아니다.
오로지 마이크가 우리가 소리를 전달할 대상인 것이다.
마이크가 상대배우의 귀라고 가정할 때 여러분은 큰 소리로 말할 것인가?
영화는 인물들의 삶을 훔쳐본다.
관객은 인물들의 삶을 훔쳐보며 인물들의 비밀을 공유하기도 하고, 인물들에게 깊이 동화되기도 한다.
영화관에 관객이 아무리 많아도 영화의 캐릭터들은 신기하게도 영화를 보는 한사람...한사람...의 가슴 속 깊이 파고들어 관객 개개인의 가슴을 후벼파기도 하고, 깊은 동화를 일으키키도 한다.
그렇다. 영화배우는 영화 관객 개개인과 승부를 봐야하는 것이다. 뮤지컬이나 연극은 맨 뒷자석의 관객 모두와 호흡해야 하지만, 영화는 촬영할 때 보다 내밀하게, 보다 밀도있게 연기해야만 관객 개개인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기억하라.
영화연기에서 자연스럽다는 것은, 내려놓는 것이다.
그리고 솔직해지는 것이다.
인물로서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
자신의 모든 비밀을 단 한사람에게만 폭로하듯, 영화배우는 단 한명의 관객에게만 자신의 내밀화된 삶을 드러내듯 연기해야만 한는 것이다.
맞다! 그래서 영화연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영화연기는 매력있다.
'작게' , '밀도있게', '내밀하게'.
오늘은 이 세 단어를 여러분에게 각인시키고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