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심리', '정신병리'라는 말은 모두 인간의 비정상적인 내부과정을 다루는 것이다. 유사한 개념이지만 장소와 전공에 따라서 선호하는 표현이 다르다. 심리학과에서는 학부과정에서는 주로 이상심리라고 표현되는 수업을 듣게 되고, 대학원과정에서는 정신병리라고 표현되는 수업을 듣게 된다. 주로 심리학에서는 이상심리를 다루며, 정신의학에서는 정신병리를 다룬다고 말할 수도 있다.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뉘앙스적인 부분이나 그러한 경향성을 가진다는 것이니 용어나 구분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굳이 용어에 집착하고 싶다면 영문 표현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
- 이상심리 (Abnormal Ψ)
- 정신병리 (Psychopathology)
- 정신장애 (Mental disorder)
이상심리는 정상심리(normal Ψ), 일반심리(general Ψ)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가벼운 증상부터 심각한 증상까지 모두 다루며 심리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어 연속선상 이해의 입장을 가진다. '연속선상의 이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해당증상이나 병리적인 부분을 독립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 말은 명확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짓는 선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뜻하는 것이다. 만약 일반에서 벗어난 것을 측정할 때는 통계적으로 상하위 혹은 양극단의 2.5%정도를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을 때, 2.6%는 정상이고 2.5%는 비정상이다라는 형식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진단, 투약, 치료의 방법론적인 선택에 있어서 참고를 하지만 딱 구분선을 긋지 않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분히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분위기와 입장이나 관점과도 연결지어 생각된다. 심리학은 현재는 사실 병과 치료라는 부분보다는 삶의 질적인 개선에도 중심을 두고 있으므로 더욱 그러하다.
정신병리는 의학적인 관점을 가지는데 그것은 건강(health)과 질환상태(mental illness or disease)를 명확히 구분지어야만 하는 병원의 입장적 특성에 기인하며 비교적 심각한 증상에 관심을 둔다. 사실 정신적 문제가 가지는 사회적낙인(stigma)도 심할 뿐더러 환자라는 명칭이 가지는 사회적 낙인도 분명히 존재하므로 함부로 진단을 내릴 수가 없는 것이며, 병원기록이나 투약의 경우는 더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부분으로 보인다.
정신장애는 양쪽입장에서 별다른 구분없이 혼용된다.
이상심리나 정신병리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미리 정리해둘 필요성이 보다 강하여 마치 생리심리학과 비슷하다. 증상, 진단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명확한 의사소통의 약속이 전제되는 것이다.
- disease(illness) & disorder & disturbance
- symptom & sign & syndrome
- prevalence & incidence
disorder(장애)는 정신장애의 명칭(DSM-Ⅳ 등)이며 disturbance(장해)는 정신장애를 진단하기 위한 기준요인, 기준적 요건이다. 한글로는 비슷한 형태와 발음을 가지지만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므로 정확히 구분지어 놓아야 한다.
symptom(증상)과 sign(징후)를 합쳐 syndrome(증후군)이라고 한다. 증상은 내담자나 환자가 호소, 보고하는 이상사항을 말하는 것이며, 징후는 의사나 치료자가 진단하기 위해 확인하는 이상사항을 말한다. 모든 질병이나 건강이상적인 부분은 함부로 진단할 수가 없다. 병에 걸렸다는 것, 특히 정신적인 병에 걸렸다는 것은 내담자에게 심각한 충격을 줄 수 있으며 그것이 오진이었을 경우 받는 물질적,심리적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신중하게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러므로 환자나 내담자가 호소하는 사항만 참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별도의 연관적인 질문을 하여 징후를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내담자가 "요새 매사에 우울하고 힘이 없어요"라고 하는 것은 증상(호소)이며, 의사나 치료자가 "수면은 규칙적으로 하고 있습니까?" 등을 확인하는 것은 객관적 증상(징후)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보통 내담자나 환자는 증상(symptom)에 집중하며, 상담자나 의사는 징후(sign)에 집중한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신드롬' 등에 집착하며, 외우려고 시도하거나, 자신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적용시켜 판단하려는 경향도 보이고, 어떤 사람들은 그런 것들은 단지 학자들의 멋부리기에 불과하며 뭔가 있어보이려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증상이나 징후란 이를테면 '기침'과 같은 것이다. 기침을 하는 이유는 목에 이물질이 있으므로 제거하려는 신체의 기능적 반응이다. 그러한 다소 불수의적인 부분과는 별도로 우리는 감기에 걸렸다거나 먼지가 많이 목에 끼었다거나, 감기라거나 하는 등의 판단을 한다. 증후군(신드롬)이라는 것은 이러한 많은 '증상과 징후들의 모음'이다. 흔히 우울증, 정신분열증 등에서 '~증'이라는 것은 증후군에 약자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것은 오랜 기간 동안 해당 병을 앓거나 혹은 해당 정신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증상과 징후를 모으고 통계적 처리를 하여 나온 것이다. 기침을 한다고 반드시 감기가 아닌 것처럼 몇몇 사항을 가지고 재미삼아 자신이나 타인에게 적용하는 것도 어리석은 것이며, 또한 그러한 증후군들을 부정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prevalence rate(유병률)은 일정시점의 존재하는 환자의 비율(특정시점의 환자/특정시점의 인구)이며 특정시점에 어느 개인이 질병에 걸려있을 확률에 대한 추정치를 제공한다. incidence rate(발생율)는 발병률(attack rate)와 혼용되는 경우도 있으며 보다 구체적인 상황(일정기간, 일정대상)을 전제한다(특정기간 환자발생수/지역인구 등). 용도에 따라 누적발생률(cumulative incidence) 평균발생률(incidence density) 등으로 나뉘어 사용된다. 발병률(attack rate)은 특정대상(질병의 원인요인에 접촉,노출된 사람들을 감수성 인구로 하여 구한다(연간발병자 수/노출된 인구). 2차발병률(secondary attack rate) 등을 구하는 방식이며, 해당 질환의 감염력, 전염력을 구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이외에도 치명률 등에 개념이 있는데 사실상 심리학의 경우에는 유병률 정도만 알아두어도 무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에서 정신적 질환의 유병률은 60%가 넘는다는 보고가 있었다. 심리학이나 정신병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우리나라 등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으면서도 합리적인 치료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해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앞서 언급한 바 있 듯이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이 가지는 입장과 태도가 본질적인 차이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추세는 삶의 퀄리티에 관심을 점점 두게되는 모습이 보인다. 이것이 사회적 스티그마를 해소하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겠지만, 사실 그러한 부수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 기대되는 부분도 있다. 누구나 정신적인 문제를 겪을 수 있으며, 때로는 신체적인 병을 인체가 스스로 자연치유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치유되고 개선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바쁘고 복잡한 현대인의 삶에서 보다 용이하고 손쉽게 도움을 받고, 악순환과 곪아터져서 심각해지는 상황을 막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외면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전문가들은 보다 홍보하고 활동하여 그것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정신적 질환이나 심리적 이상에 대한 부분은 사회적인 스티그마와 또한 자존감에 대해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특히 물질적, 시간적 부담 또한 가볍게 생각할 부분은 아니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사실 깊게 들어가보면 일반적인 신체질환을 다루는 병원의 경우에도 많은 통계와 연구에 비롯한 근거가 있지만, 인체에 대한 미지의 영역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며, 때때로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약이나 치료가 개인에 따라서는 거의 효과가 없는 경우도 많거나 혹은 그렇게 생각되어질 때가 많다.
이러한 부분은 인간심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더 심할망정 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 역사가 짧고 너무 늦게 발전하였으므로 더욱 넓은 미지의 영역을 가질 뿐더러,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목숨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경우나 신체적고통을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며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므로 무지해지고 무지해짐으로써 더더욱 관심에서 벗어나게 되는 형태가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전문가들은 신빙성 있는 진단기준과 그 분류체계를 갖추어야만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것은 아직도 끊임없이 정비되고 있다.
이상심리의 진단기준
- 낮은 빈도
- 주관적 고통
- 부적응/무능력/역기능
- 규범의 위반
'낮은 빈도'는 다른 말로 '상대적 소수'를 의미하며 그들이 가지는 특이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이것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상대적 소수를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사실 심리적, 정신적 문제의 대표적인 이슈 중에 하나인 지능의 경우에 있어서 천재나 영재의 경우도 소수(독특성을 보이는)인데 그들은 abnormal이지만 부정적인 abnormal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이상심리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는 한계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는 역시 낮은 빈도를 보이는 예수, 붓다 등의 성자, 성인의 경우에 나타나는 높은 가치와 이상적인 신념에 대한 부분, 또한 유사한 성격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사실 낮은 빈도라는 것은 보다 더 부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준에 비해서는 확인을 위해 다른 기준들과 병행되거나 검진을 위해 사용되는 형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관적 고통은 과거에 있어서도 또한 오늘날에 있어서는 또 다른 부분적 이유의 추가로 인해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은 과거 로젠한의 연구 등에서 악용된 부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명확한 기준이 없어도 본인이 고통을 호소한다면 전문가는 그들을 도와야 하며 기존에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기준을 뒤엎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다른 영역의 학문도 마찬가지이지만.. 이것은 새로운 연구의 필요성을 암시하는 학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적인 고통을 돕는다는 전문가들 자신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다. 얼마든지 새로운 예나 반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결국 환자가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에 대하여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노력하고 신뢰하기로 결정되면 다른 진단 기준과는 별도로 이상심리라는 부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 하지만 결국 준비된 평가기준이 없다는 것과, 자신보다 주변인,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정신장애적인 부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한계는 존재한다.
부적응,무능력,역기능 이 부분은 심리가 가지는 기능적인 부분에 주목하는 것이다. 심리는 사회적 혹은 환경에 대해 개인이 적응하는 부분에 필수적으로 작용되는데 그것이 악영향을 미치는 부적응적인 부분, 생계유지나 행복감 등에 대한 효과를 누릴 수 없는 무능력, 효과를 누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반대되는 악효과가 나타나는 역기능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아쉽지만 이 것도 한계를 가지게 되는데 평가기준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기준에서 보았을 때 한국은 알콜중독자의 나라일 수 있는데, 사실 한국 내에서는 그것이 다분히 일반적인 부분이 있으며, 일부 역기능적인 부분을 허용하는 문화가 있으므로 기준을 잡기는 어렵다. 또는 노출증(바바리맨 등)이나 변태성욕적인 부분은 사회적부적응 문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이 있다. 학교 교장이 유아성욕자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하고, 학교상담사가 바바리맨 짓을 하다가 잡혔다는 기사도 보인다.
사회적 부적응에 대한 부분을 다소 심화하면 법,윤리 등의 규범의 위반을 기준으로 잡기도 한다. 반사회성 PD(성격장애), 반항성장애(ODD) 등등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꽤 구체적인 기준이기는 하지만 의도적으로 일탈하는 예술가에게는 적용이 모호하며, 규범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부분이 있다.
결국 이러한 기준들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경계한다면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진단의 기준이 마련되게 된 이유는 이미 설명했지만, 그 본질적인 이유 이외에도 부수적인 장점이 발생하며, 또한 경계하여야 할 단점이 있다.
장점
- 학술적, 전문적 의사소통의 원활
- 연구결과 및 사례의 축적
- 적절한 치료법 결정
단점
- 사회적 낙인
- 자기충족적 예언
- 개성,독특성 무시의 가능성, 선입견
- 타당하고 신뢰로운 진단과 분류의 가능성 여부 자체
'학술적, 전문적 의사소통의 원활'이란 말 자체는 거창하지만, 전문용어를 만드는 이유와 동일하다. 이른바 사례연구 및 발표에 있어 '경계선 성격장애'라는 한 마디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전문가는 해당 환자나 대상자에 대한 특성을 바로 떠올릴 수 있다. 경계선 성격장애가 가지는 특징이나 부수적인 설명을 할 필요가 없이 시간과 주의노력을 단축, 절감하는 것이다. 서로간에 이러한 진단명에 대한 규정과 정의, 약속이 존재하면 독특성이나 새로운 부분만을 추가로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연구결과 및 사례의 축적도 유사한 이치이며 사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너무나 당연한 장점이다.
적절한 치료법의 결정은 약간은 과장된 말일지도 모른다. 유사성을 가질 지라도 지배적으로 인정된 심리치료법은 그다지 많지는 않으며, 치료자마다 개인의 독특한 방식의 치료법 및 대응법을 가지기 때문이다. 다만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하는 기준에 대해서 개개인별로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약물치료나 의료보험적인 차원에서도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사회적 스티그마는 사실은 매우 우울하고 슬픈 일이다. 감기가 걸렸던 경험이 있다고 해서 회사에서 고용을 회피하지는 않는다. 우울증의 경우도 사실 경중에 따라 다르기는 해도 누구나 너무 쉽게 경험하는 것이지만,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고 하면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도 꽤 있다.
또한 환자가 자신의 진단명을 검색하고 전문적인 지식도 없으면서 부적절하게 적용하는 등의 문제나 혹은 자기충족적 예언을 통한 심리적인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보통은 그렇기 때문에 특히 심리학자의 경우에는 내담자나 환자에게 가급적이면 진단명을 굳이 쉽게 노출하지는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이 부분은 사실 가볍게 몇 줄로 말하기에는 꽤 심각한 부분이며 실질적으로 자주 문제시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의사가 어렵고 복잡한 용어를 쓰며 말하거나 카르테에 남들이 알아보기 어렵게 휘갈겨 쓰는 이유도 딱히 잘난 척하기 위하거나 자신의 권위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것만은 아니다. 결국 일반인이 아무리 열심히 알아내고 공부하고 싶어도 전문가들의 지식수준을 따라가기도 어려울 뿐더러 게다가 전문적 지식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도 전문가들이 훨씬 용이하고 신뢰로우므로 웹에서 검색을 하거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식의 부적절한 정보를 통해 불신과 불안감을 가지는 것은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선입견은 사회나 환자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치료자나 의사에 있어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효율성을 위한 용어설정은 부가적으로 선입견을 이끌어 온다. 그것은 환자가 가지는 독특성을 무시하게 된다. 실제로는 우울증을 겪고 있는데 아니라고 오진하게 되거나 혹은 그 반대거나 하는 등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자, 상담가, 의사 들의 경우에는 그러한 것을 항상 경계한다.
또한 개인별 증상이 특성이 너무 다채로우며, 연관성에 대한 증명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가지게 되는 근본적인 불신도 있다. 추후 DSM 등을 소개하면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증상에 따라서는 너무나 기준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도 많다. 그래서 분류체계 및 진단기준은 지금도 계속 논란 속에 개정을 반복하고 있다. 사실 심리검사나 인터뷰 등을 통한 진단 기준도 개인차가 있을 뿐더러 치료이론의 기초에 따라 접근방식도 너무 다르다. 이는 동일한 대상자에 대하여 치료자마다 너무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음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배경과 목적, 특성을 가지며 현재로서 유효하다고 인정받는 진단기준으로는 'DSM-Ⅳ'. 'ICD-10' 등을 소개할 수 있다.
- DSM-Ⅳ (1994)
Diagon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4th
APA :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 ICD-10 (1993)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10th
WHO : World Health Organization
APA는 '미정신병리학회'를 말하는 것으로 '미심리학회'(APA: psychology)와는 약자는 같지만 구분하여야 한다. 미국에서 발행한 진단 분류기준이 DSM이므로 학술적으로 영향을 받는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쓴다. ICD의 경우는 전체질병의 영역을 다루는데 반해, DSM은 정신병리적인 분류에만 국한되어 있으므로 보다 자세하다고 볼 수 있다.
심리학이 가장 발전된 나라가 미국이므로, DSM이나 ICD를 만드는 주체가 공통적으로 미정신과의들이 많기 때문에 초판은 차이가 컸으나 지금은 거의 차이가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분류기호는 ICD를 쓰고, 학술적으로는 DSM을 사용한다고 보면 되겠다.
심리대학원 과정을 하는 사람들은 DSM을 공부하게 되며, 최소 50개 정도의 주요한 것에 대해서는 완전히 암기해야만 한다.
다음 장에서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DSM이 주축이 되므로, 또한 내용상의 차이가 거의 없으므로 DSM에 대한 내용을 그 역사부터 훑어보도록 하자.
추가.1. 진단과 분류에 있어 DSM이나 ICD 등은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기준을 명확히 하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신뢰로운 진단을 위한 것이며, 신뢰로운 진단은 신뢰로운 치료를 위한 것이다. 결국 목적은 증상과 어려움,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에 돕고,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개정이 반복된다는 것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며, 변화한다는 것은 새롭게 발견되고 뒤집어지는 반론과 반증이 계속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정신분열로 분류되는 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사실 정신분열이 아닐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위 두 가지 편람은 어디까지나 편의를 위한 기준에 불과하며, 전문적인 학습과 경험을 쌓고 그럴 각오가 있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단순한 궁금증이나 유희, 흥미 등, 전문적 자격, 각오가 없는 사람은 접할 생각도 않는 것이 좋다. 편람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DSM은 1952년 제작되었다. 그 이전에는 정신장애를 구분하는 기준은 의사들마다 달랐다. 결국 DSM의 제작은 신뢰성 있고 전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꾸준한 개정을 통해 전세계가 해당기준을 사용함으로 해서 그 목적은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며, 달성해가고 있다.
DSM의 역사
- 1판(1952) / 2판(1968)
정신분석적 입장의 원인론적 분류 : 신경증, 정신증
현실검증력(reality testing) : 외적현실,내적현실,경계선
- 3판(1980) / 개정판(1987)
중립적입장의 기술적 분류
진단분류의 준거제시, 진단 간 위계설정
다축체계분류(multiaxial classification)
- 4판(1994) / TR(2000)
추가와 탈락, 수정, 축간 이동, 분류틀 변화
- 5판(2012 5월 예정)
정신분석적 입장에서 모든 정신적 증상이나 불편문제는 그 원인이 존재하고 원인을 해결, 해소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원인론적인 입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또한 그 증상의 경중을 따지기 위한 기준으로 현실검증력(reality testing)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현실검증력이란 외적현실(사실)과 내적현실(생각<환각도 포함>)을 구분하는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내적현실은 외적현실과 많은 부분 일치하지 않으므로 인간은 최소한의 현실검증을 함으로 해서 그것을 인식할 수 있으며, 별도의 방어적 시스템을 통해 괴리에서 오는 피해나 상처를 막거나 경감시킬 수 있다. 가장 손쉽게 검증하는 방법은 부딪쳐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생각(내적현실)이 사실인지를 직접 상대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현실검증력이 없다는 것은 어떤 심리적 이유로 인해 해당 행위를 할 수 없거나 해당행위로 인한 검증결과를 인식할 수 없거나, 검증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말해 현실검증력이 있으면 신경증, 없다면 정신증으로 구분하고 그 구분이 모호하여 신경증과 정신증의 경계선에 있는 것을 경계선(borderline)장애로 분류한다. 경계선인격장애 등에서의 경계선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보면된다. 이후는 신경증vs.정신증 분류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경계선장애라는 말은 쓰이지 않으며, DSM-4에서는 경계선성격(인격)장애에 편입되어 있다. 하지만 치료자에 따라서 정신증이나 신경증을 표현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있으므로 개념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정신분석의 지배적인 구도가 변화하면서 다른 접근방식의 입지가 강화되자, 더이상 정신분석입장에서의 분류만 고집하는 것은 어려웠다. 때문에 원인론적 분류가 아닌 기술적 분류를 하게 되는데, 쉽게 말하자면 객관적 사실(증상,징후,배경)과 장애,질환을 연결하는 것이다. 보다 객관적인 분류로서 접근방식이 저마다 다른 치료자들도 모두 참고할 수 있도록 범용성을 가진다. 기술적 분류는 치료에 관한 언급 자체가 불가하다는 한계는 있지만, 진단기준을 명확히 하고, 게다가 2가지 이상의 특성을 보일 때, 진단 간 위계에 따라 분류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기술적 분류를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다축체계분류이다.
다축체계분류(multiaxial classification)
Axis Ⅰ. 임상적 증후군 (Psychiatric Diagnosis)
Axis Ⅱ. 성격장애,정신지체 (Personality Disorder, Mental Retardation)
Axis Ⅲ. 일반적 의학적 상태(GMC-General Medical Council, Medical Diagnosis)
Axis Ⅳ. 심리사회적 및 환경적 문제(Psychological & Environmental Stressors)
Axis Ⅴ. 전반적 기능평가(GAF-The Global Assessment of Functioning)
1축의 임상적증후군이란 에피소드(삽화)가 있는 정신장애를 이야기 한다. 사실상 정신장애에 있어 2축의 성격장애와 정신지체를 제외한 모든 정신장애를 말한다고 보면 된다. 에피소드가 있다는 것은 발작 등과 같이 장애를 보이는 특정한 때가 따로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보면 되며, 2축과 비교하여 이해하면 된다.
2축에는 특정 에피소드가 존재하지 않는, 만성적인(일상적으로 계속되는) 증상을 보이는 장애로, 성격장애와 정신지체가 분류되어 있다.
3축에는 신체적 질병이나 원인에 따른 심리상태를 정리, 다시 말해서 환자의 심리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참고할 신체적 상태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4축에는 실직, 사별 등의 사회적인 배경에 따른 심리상태를 정리한다.
5축에는 개인적, 사회적 기능을 0점~100점까지 나누어 점수대 별로 특성을 분류한다. 'GAF 50' 이런 식으로 표기한다.
4판부터는 중대한 변화는 없고 수정들만 이루어진다.
수동공격PD(토라짐)이 탈락한다. 서양문화권에서는 수동공격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으므로 탈락시킨 것이지만, 동양권에서는 아직 유효하다는 주장이 있다. 반대로 급성스트레스장애는 추가되는데, 외상후 스트레스성 장애가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되었으나, 사건 후 바로 나타나는 증상이 발견되었으므로 추가되었다. 또는 장애발생 전에 보호하고 대응하고자 하는 취지도 있다. 미국 등 해외에서 공무원(경찰 등)이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심리상담을 받을 의무가 부여하는 경우와 연관지어 생각해도 좋다.
물질사용장애->물질관련장애 등 명칭의 수정도 이루어졌고,
정신분열증 및 기타정신증적 장애로 분리되었던 것을 통합하였으며,
2축에 포함된 대부분의 발달장애를 1축으로 옮겼다.
객관적인 진단을 목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4판도 낮은 진단 일치율을 보인다. 가장 낮은 성격장애의 경우 50% 정도로 신뢰율이 극단적으로 낮다. 치료자마다 준거에 대해 부여하는 가중치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결국 사회적인 기능을 하는데 부적합한 성격을 판단하는 것은 어떠한 것이 좋은 사회인가 가치를 부여하는 것부터 개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가장 진단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한 것이다.
또한 학습장애 등을 정신장애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반발과 거부감도 존재하는데 이것도 유사하게 가치관적인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봐도 좋겠고, 정신적인 장애에 대한 사회적 스티그마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5판은 2011년 중에 나올 것이라는 말도 있고, 2012년 5월에 출간예정이라는 말도 있다. 지나치게 기술적인 분류로 DSM의 유용성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보다 원인론적인 부분을 보완한다는 이야기 등이 있다.
DSM은 다시 말하지만 정신병리학적인 입장, 정신의학적인 입장이다. 주체는 어디까지나 정신과의사이다. 3판부터 도입된 다축체계분류는 정신병리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의학적인 진단분류법으로 보아도 좋겠다.
http://tscml.blog.me/40132955536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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